일상/2021년

[영화리뷰]죽여주는 여자 (The Bacchus Lady, 2016) : 우린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중 2

인생의 띠로리 2021. 4. 10. 01:43

오랜만에 네이버 블로그를 들어가봤다.

2015년부터 2017년 동안 간간히 써온 일기가 있다.

어떤 날의 제목: 우리는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중

 

취미는 음악 만들기다.

잘 만들기가 아니고, 그냥 만들기다. 

취준생 시절, 음악모임 언니에게 기타로 노래 만드는 법을 배운 후 

틈이 날때 (주로 우울감에 빠져있을 때) 종종 만들었다. 

그리고 재작년에 배운 미디프로그램으로 여러 악기를 활용해 이전보다는 좀 더 있어보이는 음악을 만들고 있는데, 

요즘 나는 할 말이 없다. 일상의 지루함만 남아 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무엇일까? 영화를 보고 나니 삶의 고단함이 어깨를 짓누른다. 

고단함 사이 잠깐의 행복을 맛보기엔 삶은 너무 길고 무겁다. 

 

세번째 시도만에 드디어 오늘 끝까지 봤다. 이전 두번의 시도 모두, 불편한 첫 장면이 나올때 엑스버튼을 누르고 프렌즈를 켰다. 왜 누군가의 삶은 벼랑끝까지 가는 것일까? 그곳을 함부로 벼랑이라고 칭해도 되는 건지는 모르겠다. 

결국 풍이 온 성구매 노인은 서영에게 죽음을 요청한다. 돈이 많은 그에게도 벼랑이다. 

 

노인이된 나의 모습을 상상한다. 행복을 바라기보단 불행을 피하고 싶어진다. 

얼른 아파트를 사고 싶다. 그러니깐 말이야 나는 이 현실을 보고 싶진 않아. 다가가고 싶지 않아.

박카스 할머니 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엮겹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던 것 같다. 노인의 성을 논하는 것도 역겹고, 그걸 사고 판다는 것도 역겹고. 하지만 그런 삶이 있는거겠지. 그리고 그걸 역겹다고 느껴도 되는걸까? 

 

그 와중에 성을 구매하는 남성과 서영의 권력 차이가 확연히 표현되는 것과 반대로 소영에게 자발적 죽음을 당하는 역전이 더욱 쓸쓸했다. 서영의 죽음은 그래도 많이 사람들 속에서 행복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