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4시. 평범한 직장인은 저녁이 오는게 두렵다.
저녁 7시가 되면 절망할테고 자야할 시간이 되도 잠들지 못하고 내일의 시작을 걱정하겠지.
세상에 달콤한 행복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보노보노 마지막회에서 보노보노는 동굴 아저씨에게 묻는다.
"재밌는건 왜 끝나는걸까요?"
동굴아저씨의 대답:
"슬픈 일이나 괴로운 일을 반드시 끝내기 위해서란다. (중략) 해가 져서 밤이 오고 그리고또 해가 떠서 아침이 오듯 슬픈일이나 괴로운 일을 끝내기 위해 재밌는 일이 끝나는 거란다."
삶에서 슬픈 일이나 괴로운 일은 불가피하다. 끝날 것임을 알아도 힘들기는 매한가지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의 주인공 티타에게도 그렇다. 티타는 마마엘레나의 막내 딸이다. 이 집에는 특이한 전통이 있다. 아들이 없을 경우 막내딸을 결혼을 하지않고 죽을때까지 부모를 모셔야한다. 티타는 어렸을 때부터 딸이라기 보다는 어머니를 부양할 하나의 도구로써 취급받으며 성장한다. 그런 그녀를 버티게 하는건 부엌에서 보내는 시간이다.
티타가 요리를 만들 때 느낀 감정은 100% 음식에 녹아든다. 사람들은 티타의 음식을 먹고, 눈물을 흘리거나 사랑을 느끼며 티타의 감정에 동화된다. 이런 장면들은 현실이 아닌 환상적인 모습들로 연출되며, 티타가 겪는 쌉싸름한 인생을 위로해 준다.
정어리 통조림 1개, 초리소 1/2개, 양파 1개, 오레가노 등 티타가 만드는 요리의 레시피의 재료가 자세히 나온다. 낯선 멕시코 음식을 하나하나 검색하며 맛을 상상하는 것도 이 책을 읽는 기쁨 중에 하나이다.
한국어 제목이 삶의 달콤함과 씁쓸함에 주목했다면 멕시코 원어 제목은 Como agua para chocolate (초콜릿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상태)으로 욕망에 대해 집중하고 있다.
음식(식욕)과 사랑과 섹스(성욕)은 이 책의 주요 가장 주요한 소재이다. 그리고 이야기가 전개되어가면서 티타는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킨다.
초반 티타는 페트로와 로사우라의 결혼을 눈물을 삼키며 지켜보지만, 로사우라의 아이에게 직접 모유를 주고, 마마 엘레나에게 벗어나 결국 페트로와의 사랑을 쟁취한다. 티타가 만든 '장미 꽃잎을 곁들인 메추리 요리'를 먹은 헤르투르디스는 욕망에 따라 가장 먼저 집을 뛰쳐나가고, 독립군의 대장이 되어 가장 먼저 주체성을 찾는다. 반면 로사우라는 어머니가 만든 그늘속에서 어머니가 만든 욕망에만 집착하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슬픔을 견뎌내는 일, 나의 욕망을 찾고 실현시키는 일, 삶을 살아내기 위한 가장 중요한 것들을 담아낸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절망이나 슬픔도 유쾌하게 흘러보냈음 좋겠다. 저도 그래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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