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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2021년

내가 있는 곳 - 줌파 라이히

내가 있는 곳 - 줌파 라히리

내가 있는 곳 - 줌파 라히리

내가 팔로우 하고 있는 많은 국내 작가들이 한 번쯤은 언급했던 
줌파 라히리. 드디어 읽어 보았다. 섬세한 관찰력에서 온 표현력에 감탄하였고, 줄을 그은 문장이 꽤나 많다. 깨달음의 밑줄이 아닌 문장에 밑줄을 긋는 것은 책을 읽는 즐거움의 절정이 아닐까 생각된다.

인도 이민자 출신의 작가. 모국어가 아닌 이탈리어로 적는 소설. 정착하지 못하는 주인공. 부유하는 삶. 떠나는 것과 머무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있는 곳, 그곳에서 나의 존재를 인지하는 삶.

의도하지않았지만 얼마 전에 읽은 하재영 작가의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의 확장판 같은 느낌이다. 

줌파 라히리의 섬세한 문장을 몇 개 옮겨 놓는다. 

"난 태양을 보기 위해 자리에 앉는다. 유리 천장을 통해 빛이 들어와 나무와 덤불의 색을 바꾸어놓는다. 변하는 빛이 이 정원을 계속 환히 밝혔다가 어둡게 한다. 지상의 모습이지만 바다, 파란 얼룩 물속에서 수영할 때를 떠올리게 해준다." p48

"아이가 볼펜으로 그린 선은 무해하지만 참고 보기 힘든 긴 머리카락 한 올 같다. 표류하는 줄. 난 손가락으로 문지르지만 선을 지울 수 없다. 노력했지만 제거할 수 없다" p92

"외국인 무리의 그 무엇도, 그들의 게걸스러운 즐거움조차 내게 남지 않았다. 작은 테이블은 다시 깨끗해졌고 자리는 비었다. 지는 나는 그 많은 음식을 하나도 맛보지 않은 걸 후회한다. 그들은 친절하게도 부스러기 하나 남기지 않았다. p1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