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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2021년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 하재영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 하재영

2021.01.01

 

독립을 시작하고 집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언제쯤 원룸을 벗어날 수 있을까? 

가성비에 맞춰 진열된 풀옵션 가구에서 벗어나 내 취향을 가진 가구들을 선택할 수 있을까?

한 공간에서 요리하고 놀고 자고, 빨래를 말리는 일을 싫다.

베란다 없이 창문 옆에서 환기를 하는 것도 싫다. 

화장실에 욕조가 없어 반신욕을 할 수 없다. 

 

집에 대한 모든 고민들은 집을 사고 해결해야지로 귀결된다.  

그런데 나 언제쯤 집을 살 수 있지

결혼을 하지않고 나 혼자 집을 살 수 있을까? 

나의 없음을 탓하고야만다. 

 

물리적 크기의 문제만이 아니다. 

 

엄마 아빠와 함께 살고 있는 집을 나와 굳이 40분 거리에 독립한건 

한번도 가족과 집에 있으면서 나의 집 이라고 생각해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집이지 나의 집은 아니었다. 나의 방은 있었지만 나의 집은 아니었다. 

 

어렸을 때부터 전세집을 옮겨 가며 살았기 때문에 집이라는 개념이 잡히지 않아서 일 수도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부모님이 구매한 아파트에 살기 전까지 나는 모든 사람들이 2년 마다 집을 옮기는 거라고 생각했고, 이 아파트에서는 왜이렇게 오래사는 거냐며 이제 지루하다고 말한 적도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원룸집은 아무리 노력해도 사랑할 수 없을 것 같다. 집이 듣는다고 해도 할 수 없어. 

원룸을 벗어나더라도 전세로 살고 있는 집을 내가 온전히 사랑할 수 있을까도 궁금하다.

그래도 다음 이사 가는 집은 내가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아둥바둥 애써보겠다. 

 

가장 좋았던 구절 

 

"이 책에 등장하는 집들은 내가 그곳에 살지 않았다면 지금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쓰였다"

p180

 

답답하다고 느끼는 원룸의 비루한 자리도 미래엔 웃으며 그 집 또한 지금의 나를 만든 공간이었어 하고 라고 말했음 좋겠다. 여기서 잘 지내볼게. 어떤 형태로든 잘 자라날 수 있도록!